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는 사실 잘 몰라도 이름은 서점을 오며가며 전자책 도서관을 보다보면 한번쯤 눈에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베스트셀러를 많이 올리고 다작을 하기에 그럴 수 밖에 없다. 물론 다작을 한다고 이름이 자주 걸리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팬층이 두텁고 그의 소설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일테다.
나 역시 그렇게 알게되어 영화 원작이라는 이름에 끌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로 처음 백야행을 접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한석규 손예진 고수 주연의 영화로 상영되기도 했었다. 관객수는 100만을 동원하지 못했지만 그만큼 국내에서도 상당한 인지도가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즐기게 된 이유는 일단 무엇보다 첫문단을 읽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문체의 매력에 나도모르게 흡입된다는 점이다. 정말 글을 잘 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잘 쓰는 것과 또 다른 맛으로 글을 잘 써내려간다. 하루키는 읽다보면 너무 나르시시즘에 빠져 독자인 내가 괜히 부끄러워질법한 묘사도 많고 허세가 크게 바탕에 있다는 걸 엿보게 되는데 게이고의 소설은 그런게 없다. 아주 깔끔하고 담백하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조금 엉성한 플롯이라거나 지나치게 감정적인 원인으로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을 평하지만 인간사가 언제는 다 설명가능한 일이었던가, 그래도 황당하기 짝이없을 것 같은 원인으로도 소설을 아주 그럴듯하고 섬뜩하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건 재주를 넘어 신의 축복일거다.
백야행을 보다가 느꼈던 섬찟함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만큼 글을 맛들어지게 잘 쓴다는 거다. 문제는 워낙 다작을 하는 작가라서 그의 대표작인 추리소설들을 보다보면 또 어떤 황당한 전개 상상도 안해봤을법한 내용을 보여줄까 그리고 미스터리 살인 추리소설보다 좀 더 가볍고 경쾌한 느낌의 책은 없을까 라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나도 그렇게 그의 이력을 추적하다 그가 쓴 설산시리즈 (스키장을 배경으로) 스노우보드를 즐겨하는 작가답게 스노우보드를 타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디테일한 로맨스소설을 썼고 그것 또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는걸 알게되었다.
설산시리즈는 질풍론도 – 백은의잭 – 연애의 행방 – 눈보라 체이스 이렇게 4편이고 에세이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이 있다. 시작하면 멈출 수 없고 조금 가벼운 느낌인데? 명성에 걸맞는건가? 싶은 느낌이 드는 순간이 분명 초반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도모르게 술술 읽히는 문장덕에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은데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벌써 다음 장으로 넘어가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알고싶어지게 만드는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다.
그를 표현할 방법은 달리 없다. 그냥 어떤 작품이 되었든 읽어보길 바란다. 지금 내 심정은 그의 소설을 다 읽으면 아쉬워서 어떡하지 하는 정도다. 그는 1958년생이다. 하루키가 1949년생인데 그보다 훨씬 젊다. 게이고의 작품을 좀 더 많이 기대해 봐도 좋을 듯 하다.